일상

[영화] The Doors, 1991

J-Two 2009. 10. 24. 15:37
  랭보를 쫓다가 짐 모리슨에게 와버렸다. 비슷한 면이 많은 둘.

  집에와서 영화를 다운받아 보았는데 내가 받은 동영상 파일과 한글 자막이 맞는 것이 없었다. 할 수 없이 영문 자막으로 봐야했다. 그런데 막상 영화를 보고나니 어쩌면 그냥 영어로 보는 것이 더 좋았겠다 싶다. 짐 모리슨이 던지는 수많은 대사들은 거의 다 시어들 혹은 정말로 그냥 시였기 때문에 번역은 어쩌면 느낌을 왜곡시켜버렸을 것 같다. 시는 번역할 수 없는 거다. 오히려 그 운율들을 듣고 느낌 그 자체로 이해하는게 왜곡이 덜할 수도 있다. 게다가 어차피 짐 모리슨의 생애는 이미 대충 다 아는 것이었으니.

  자막이 눈에 안들어오는 덕분에 발 킬머의 연기에 더 집중할 수 있었던 것도 같다. 발 킬머의 눈 빛이 그렇게 멍할 수가 없다. 정말로 약에 취한 듯 술에 취한 듯 그리고 정말로 짐 모리슨에 취한 듯한 그의 연기는 너무 멋졌다. 어릴적에 무척이나 좋아했던 맥 라이언도 반가웠다. (마지막으로 본게 IQ였나보다.) 붉은 머리도 잘 어울린다. 그녀가 연기한 파멜라를 보면서 '그래, 사랑이 저런거였지.' 싶었다. 놓고 싶어도 놓을 수 없는 것. 그래. 그렇지 정말로.

  60년대는 늘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시기이다. 히피 문화. 강렬하게 취하고 벗고 춤추는 사람들. 그들이 몸부림 치는 자유를 보고 있노라면 가끔 부럽다는 생각도 든다. 문명과 이성에 반기를 든 정신줄 놓기. 분명히 다시 오지 않을 시기이기 때문에 더더욱 그렇다. 우리 세대도 세상에 염증을 느끼는 것은 다르지 않겠지만 둘러싸고 있는 상황은 그때와 다르다. 60년대는 세계 대전의 기억들과 베트남 전쟁, 냉전 등으로 이성과 합리성으로 이루어진 세상의 질서에 대해 회의를 느꼈겠지만 그래도 경제적으로는 계속 된 성장이 의심스럽지 않은 시기였다. 덕분에 '생존 이라는 것은 내가 끝내지 않은 이상 끝나지 않는다' 는 류의 낙관이 저 바닥에 깔려 있었다라고 할까. 그러나 지금 우리는 성장이 고갈된 시기에 생존 부터 위협을 받고 있다.

  사실 잘 모르겠다. 미국의 60년대를 살아보지 않은 나로서는 그 시대에 대한 비판도 동감도 확실치 않다.

  영화의 내용으로 들어와서, 정말로 짐 모리슨은 저런 사람이었을까 라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스스로의 존재 안에서 어디까지 갈 수 있는가를 탐구하는 자. 끝없이 스스로를 들춰내고 파헤치고 낯선 것을 찾는 자. 그리하여 항상 자기만의 세계에 취해있는 다른 언어를 가진 존재. 이 과정에서 술과 마약은 촉매 역할 혹은 그런 다른 세계와 연결시켜주는 샤먼으로 만들어주는 역할. 그러나 그런 약물들은 항상 이러한 탐구의 주체인 자신을 잃어버리게 한다. 

  내 안의 낯선 것. 신기함. 나 역시 한 번 쯤 그런 것들을 겪어보면 어떨까 싶은 생각도 든다. 그러나 그것들이 그 사실만으로 다른 것들 보다 더 우월할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게다가 그러한 노래 속에 함께하는 것 같은 관중들도 사실은 다 잘 모를거다. 이해하고 좋아하는 건 아닐거다.

  여튼 올리버 스톤 감독은 이런 것들을 잘 녹여 놓았다. 다른 시대 다른 사회의 사람으로서 이해가지 않는 것들 또는 살짝 거부감 드는 것들도 있지만 그래도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이런 종류의 영화가 보통 그렇듯 '재미 있다/ 없다' 의 평가를 내리는 것은 쓸데 없는 짓 인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