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소설] 독설(獨舌) - 원성도作

J-Two 2009. 9. 6. 21:00


독설(獨舌) , 원성도作
 
  취직을 위해 구직사이트의 게시판을 들락거려본 대한민국의 젊은이라면 아래와 같은 글을 본적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안녕 하세요. 눈팅만으로 님들의 정보를 낼름낼름 받아먹기만 하다가 얼마 전에 첫 면접을 보게 되었습니다. 해서 오늘은 제 면접 후기를 올려보려고 합니다. 평소 이곳 글들이 정보 전달이 목적인 만큼 조금 딱딱한 느낌이 들었기에 저는 보다 자유롭게 써보려고 합니다. 회원님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하지만 그렇지 못하다면 작은 재미라도 드리고 싶은 바람입니다."

  어느 구직사이트의 게시판에 있는 글을 퍼온 것 같지만 사실  윗 글은 '독설'의 도입부이다. 이 글은 어느 구직사이트의 게시판에 올려진 면접후기의 형식을 띠고 있다. 글쓴이인 '현수'는 아는 선배의 도움으로 작은 제과회사의 면접 기회를 얻게된다. 그리고 면접이 늘 그렇듯 어디가면 꼭 하나씩 있을 법한 다양한 구직자들과 함께 면접장으로 들어서게 되는데.. 그가 겪은 지극히 평범하고 평범해보이는 면접 이야기를 읽다보면 당신도 어느덧 그 입술이 바짝마르던 면접장에 와 있음을 느낄 것이다.

  이 '면접 후기'를 읽으면서 나는 작가의 섬세한 관찰력과 누구나 한 번 쯤 겪어봤을 울컥함에 맞장구치며 낄낄거렸다. 동시에 왠지 면접의 결말이 어떻게 끝날지 보이는 것만 같아서 불안감이 엄습해왔다. 안돼, 그럼 너무 뻔하잖아. 그런데 결말은 역시 내가 예상한대로 흘러가나 했...

 ..으나 작가는 나보다 한 수 위였다. 자고로 글은 끝까지 읽어봐야 한다. 단순히 대한민국 젊은이들이 겪는 취업의 애환을 그리는 이야기가 아니었다.

  소설을 읽고 난 뒤 내가 사는 세상을 제대로 관통당했다는 이 느낌이란.. 내가 작가와 비슷한 처지로 살고 있어서기도 하겠지만, 일상의 작은 풍경부터 내 목구멍을 거쳐 모니터 앞에 앉아있는 내 자의식까지 꿰뚫는 작가의 통찰력 앞에 시대를 관통하다 못해 머리 속 마저 관통당한 느낌이다.

  아마도 당신이 최근에 구직사이트를 들락거리며 취직 면접을 본적이 있는 사람이 아닐지라도 이 소설을 찾아읽을 만큼의 인문학적 소양이 있는 분이라면 충분히 재미있게 읽을 소설이다. 별로 느껴지는 것이 없다면 아마도 당신과 나는 서로 모르고 지내는 것이 나을거라 본다.


     [소설 읽기]


작가 소개
원성도
2009 <작가세계 신인상> 소설 부문에 「독설」이 당선되어 등단했다. 대학 졸업 후 하고 싶은 일과 해야 하는 일의 강제적 일치를 고심하다가 공부를 더 하기로 결정했다. 현재 서사창작을 공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