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아는 여자'를 보다

J-Two 2009. 5. 13.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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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새는 계속 머리도 식힐겸 영감도 얻을 겸 영화를 찾아보고 있다. 남들은 안 본 영화를 찾아보는 지 모르겠지만 영화를 거의 보지않는 나로서는 대부분 안 본 영화라 선택을 하기가 쉽지 않다. 곰TV 무료영화 채널에 가면 평소 보고 싶던 영화들이 잔뜩 있기 때문에 더더욱 선택이 어렵다. (사실 별 인기 없어서 여기까지 팔려온 것들이겠지만..뭐 나한테는 좋다.) 이럴 경우 나름 좋아하는 감독이나 좋아하는 배우를 중심으로 선택을 하는데.. '아는 여자'는 장진+이나영+정재영 세 가지 기준을 모두 만족시키는 영화다.

  영화의 흐름은 전형적인 장진 식으로 흘러간다. 허를 찌르는 전개. 그러나 헐리우드 식의 반전이 아니다. 등장인물과 사건이 서로 치밀하게 얽혀있지만 장진은 항상 관객이 상상 못하는 방식으로 그들을 묶어 놓는다. 그리고 중간중간에 웃음을 터뜨리게 만드는 어이없는 유머. (연극을 포함한)장진 감독의 작품들을 본 사람들이라면 아마 잘 알것이다. 아다치 미쓰루 처럼 그는 관객을 쥐락펴락한다. 그리고 나는 이런 장진 식의 연출이 좋다. 이 영화에서도 그의 만화같은 상상력이 잘 살아있다. 
 
  이 영화의 평가는 호불호가 뚜렷하게 나뉘는 편 같다. 아마도 그건 장진 스타일에 대한 이해의 차이 때문이 아닐까 싶다. 나는 장진 최고의 무기는 상상력이라고 생각한다. 거기에 수식어를 덧붙이자면 '연극적 상상력'이라고 할 수 있겠다.
  왜 그런 수식을 붙이는가 하면, 우리는 상상력이라고 하면 종종 시각적인 연상능력을 떠올리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헐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 같은 것들 말이다. 스타워즈나 반지의 제왕처럼 한번도 본적이 없는 광활한 세계관이나 헤리포터 같은 마법을 시각으로 구현해 내는 상상력. 우리가 영화에서 익숙한 상상력은 이러한 상상력이다.   
  그러나 장진의 상상력은 그렇게 화면으로 옮겨지는 것들이 아닌 다른 무언가이다. 단순히 보이는 것이 아니라 느껴지는 무언가랄까. (설명하기 힘들다!!) 그래서 그는 연극이 더 어울린다는 생각이다. 연극의 무대에서는 그 공간에 무한의 상상력을 세울 수 있다. 그러나 영화는 시각적인 틀 안에서 그와 관객의 상상력을 가두어버린다. 때문에 그의 영화는 좋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장진이 연출한 연극을 본 사람이라면 다 공감하지 않을까. 연극에서 빛나는 그의 탁월한 연출을.. 그래서 이 작품도 연극으로 만들어졌더라면 어땠을까 생각해본다. (물론 감독 본인이 이 시나리오는 영화가 더 어울릴 것이라고 생각했으니 영화로 만들었겠지만..^^)


 (왜 네이버는 장진을 영화감독이라고만 소개하는지. 그는 연극계에서는 독보적인 존재다.)  
 
  덧, 이 영화 음악도 참 좋다. OST를 부른 '데이라이트' 1집의 노래를 좋아했었다. 영화를 보고나니 나영누님의 목소리가 계속 귓가에 맴돈다. 그녀의 그 매력적인 말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