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아버지와 나

J-Two 2009. 5. 8. 13:59
  아침을 먹으면서 텔레비전을 보다가 추적 60분 예고 영상을 봤다. 이번 주제는 가정에서 또 사회에서 점점 작아지고 내몰리는 '아버지'들에 대한 이야기인 듯했다. 그걸 보고 있자니 불현듯 두 가지 장면이 머리 속을 스쳤다.

  넥스트(N.EX.T) 1집에 보면 '아버지와 나' 란 곡이 있다. 넥스트 1집이야 말이 필요없는 명반이다. 타이틀인 '도시인'을 비롯해 좋은 곡들이 참 많지만 듣는 순간 가장 '쿵' 했던 곡은 '아버지와 나' 였던 것 같다. 쓸쓸하지만 드라마틱한 배경음악과 함께 신해철의 나레이션으로 구성되어있는 이 곡은 그 시대의 아버지들과 아들들에 관한 이야기이다. '무뚝뚝함'과 '보수성'으로 대변되는 아버지와 그런 아버지 처럼 되지 않겠다고 다짐하는 아들의 모습. 여기서 '그 시대'라고 칭한 것은 지금 시대에는 그러한 정서에 공감하지 않는 아버지들과 아들들도 많을 것이기 때문이다.

  정말 이 때에는 산업 발전기의 일꾼으로 살아오신 아버지들의 전형적인 모습이 있었다고 본다. 그리고 내 아버지도 전형적인 일꾼이셨다. 그래서 이 노래를 듣고 한동안 멍하니 있다가 다시 돌려 또 듣고를 반복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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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은 시간도 흘렀고 시대도 변했다. 우리는 이 음악을 들으며 자랐다. 그리고 지금 세상에는 다정한 아버지들도 많고 어느덧 나는 아버지가 되기에 충분한 나이가 되었다. 지금 시대의 십대들 혹은 이십대 초반의 친구들이 듣는다면 그냥 들어본 듯한 '옛날이야기'로 들릴지도 모르겠다.

  또 다른 한 장면, 이것은 내 앞세대 보다 뒷 세대들이 더 공유할만한 것이다. 97년 겨울 IMF 외환위기가 왔을 때 대한민국의 수많은 아버지들이 무너져 내렸다. 우리집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것 때문에 이 기억을 공유하는 우리 세대는 같은 트라우마를 가진다고 한다. 아버지의 무기력함. 아버지가 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를 알고 두려워 할 수 밖에 없는..

  추적 60분에서는 배경음악으로 뭐가 나올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