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제품, 브랜드 이름 짓기

2013. 10. 20. 19:01일상

이번에 새로운 사업을 시작합니다. 덕분에 요 며칠 계속 새로운 사업 브랜드와 제품의 이름 짓기에 대해서 고민 중입니다. 정말이지 이름을 짓는 다는 것은 어렵고 조심스러운 일입니다. 이름 하나에 그동안 들였던 노력과 제품의 운명이 결정나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게다가 이거야 말로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거라 몇 번을 반복해도 늘 막막합니다. 


이름 짓기를 고민하면서 들었던 생각들에 대해 정리해보려고 글을 씁니다. 이번에 찾은 사례나 아이디어 같은 것들이 다른 분들에게도 도움이 될 것 같고 저도 나중에 다시 봤을 때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여.


1. 회사 이름 짓기


예전에는 회사의 이름을 지을 때 전형적인 틀 안에서 지었죠. 00상회, 00물산, 00전자 등등. 그런데 요즘은 정말 합성어부터 자연문장에 이르기까지 아주 다양하게들 이름을 짓습니다. 그러다보니 이름 짓기가 더 어려워진 것 같습니다.


세상에는 좋은 이름이 아니어도 성공한 회사들이 많지만 요새같이 창업이 많아지고 수 많은 이름들이 경쟁하는 시대에는 이름 짓기에 대한 기준이라는 걸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좋은 회사 이름의 기준은 1)뻔하지 않고 2)유행 타지 않고 3)발음이 어렵지 않은 이름입니다. 


이름이 뻔하다는 것은 누구나 쉽게 이름의 의미를 바로 알 수 있는 이름입니다. 00전자 같은. 어떻게 보면 직관적으로 빠르게 이해되기 때문에 좋을 수도 있지만 같은 업종에 비슷한 이름이 많아서 변별력이 떨어지기 쉽습니다. 뻔하지 않은 이름은 이름에 이야기가 들어있는 이름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이름에 담긴 이야기가 있을 때 설득력과 호감을 끌어낼 수 있고 사람들이 이야기를 생각하고 상상하는 과정에서 더 오래 기억될 수 있다고 생각을 합니다.


유행을 타지 않는다는 것은 단어의 선택이 핵심입니다. 흔히들 신조어라고 불리우는 요새 사람들이 많이 쓰는 단어로 이름을 짓는 경우가 있는데 그런  단어들은 유행이 지나가면 거꾸로 시대에 뒤떨어져 보입니다. 그리고 좀 가벼워보이는 단점도 있습니다. 영어든 한글이든 사람들이 계속 써오던 익숙한 단어를 쓰는 것이 유행을 타지 않는 비결 같습니다. 하지만 단어를 쓸 때 예전 쓰던 방식 그대로 쓰는 것이 아니라 다른 분야나 다른 조합으로 사용하여 신선함을 부여해야겠죠. 


발음이 어렵지 않다는 것은 단어에 받침이 얼마나 적절하게 들어가는가 입니다. 이름을 짓다보면 단어에 받침 한 두 개 정도는 들어가게 되는데 너무 어려운 받침이 많이 들어간 단어는 사람들이 잘 못알아듣기도 하고 말할 때 부담이 되서 잘 안 쓰여지게 됩니다. 



2. 제품 이름 짓기


제품 이름은 정말 천차만별이지만 요새 애플의 이름 짓기에 대해서 분석을 해보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Facetime이나 TouchID 같은 건데요. 화상통화나 지문인식기술은 오래전 부터 있었던 거지만 애플은 거기에 자기만의 이름을 부여하면서 새로운 제품처럼 보이게 합니다. 이것이 이름이 가지는 힘일텐데요. 애플은 이름을 참 잘 짓습니다.


애플의 이름짓기를 보면 일단 그 서비스나 제품의 핵심이 되는 단어 두 개를 연결해서 짓습니다. 단순히 단어 두 개를 고르는 것은 아니고 단어들이 각자 자기 역할을 가지고 있습니다. 두 단어중 하나는 그 기능의 핵심 주체나 활동이 무엇인가를 보여줍니다. 예를 들면 화상통화에서는 Face를 보는 것이 핵심 활동이고 지문인식에서는 Touch가 핵심 활동이죠. 그리고 나머지 단어 하나는 그 서비스가 어떤 것을 제공하는지를 보여줍니다. 화상통화 기능이 제공하는 것은 Time이고 지문인식이 제공하는 것은 ID 이죠. 이렇게 핵심 활동과 제공되는 서비스를 이어서 이름을 짓습니다. 엄청 직관적입니다. 물론 애플의 모든 이름이 다 그런 것은 아닙니다만 이 두 사례는 참고할만 합니다.



정리 : 회사의 이름은 이야기를 담을 수 있으면 좋고 제품의 이름은 직관적이고 심플한게 좋다. 뭐 이렇게 정리할 수 있겠네요. 


일단 요즘은 여기까지인데 생각이 변하게 되면 또 업데이트 하겠습니다.





덧1, 2014년 1월 30일 


생각도 못하고 있었는데 많은 분들이 이 글을 읽어주셨네요. 도움이 좀 됐으려나요. 그동안 저도 새로운 서비스의 이름을 짓고 본격적으로 영업에 나서려고 준비중입니다.


제가 시작하는 사업은 소규모 행사를 위한 음향 대여 서비스입니다. 카페를 빌려서 하는 작은 행사나 레스토랑에서 하는 돌잔치 등등 가족 행사에 필요한 마이크와 스피커 세트를 10만원 이하에 대여해주는 사업입니다. 


이름은 고민 끝에 '마이크버스'라고 지었는데요. 일단 보통 사람들이 음향장비를 생각할 때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것이 '마이크' 라는 점에서 마이크라는 단어를 넣었습니다. 그 다음 마이크에 어떤 가치를 부여할까 고민했는데, 서비스의 핵심이 누구나 쉽고 저렴하게 쓸 수 있도록 배달해주는 것이어서 우리가 쉽고 값싸게 타고다니는 '버스'에 비유하기로 했습니다. 그렇게 마이크와 버스를 합쳐서 '마이크 세트를 버스처럼 쉽고 저렴하게' 라는 의미로 마이크버스 라고 지었습니다. 둘 다 익숙한 단어라 외우기도 쉽고 또 영문도메인 주소도 쉽다는 점도 좋았습니다. 다만 발음이 좀 밋밋하고 상큼한 맛이 없는게 아쉬웠는데 위에도 썼듯이 너무 감각적으로 지으려다보면 나중에 유치해지기 쉬워서 이쯤에서 이름에 대한 고민은 마무리하기로 했습니다.





덧2 , 14년 2월 1일


예전에 봤던 좋은 글 추천합니다. 

http://www.venturesquare.net/525479

아주 간단히 요약하자면 회사이름보다 제품이름이 더 중요하고, 오래 고민한다고 좋은게 나오는게 아니라는 점. 서비스의 질이 제일 중요하니 이름에 목숨 걸지 말라는 이야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