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트레바리에 올렸던 독후감을 적어본다.
건강한 인생에 박수를
대학시절 가장 재미있게 읽었던 책이 ‘파인만씨, 농담도 잘하시네’라는 책이었다. 최고의 물리학자 중 한 명으로 꼽히는 리차드 파인만의 호기심과 유쾌함이 가득한 일상에 대한 책이었는데, 나도 이런 삶을 살 수 있을까 하는 동경을 갖게 했다. 내 영역에서는 탁월한 전문성을 가지지만, 항상 다른 곳에서는 크고 작은 모험을 벌이는 삶이라니. 이 책을 읽으며 파인만의 이야기가 떠올랐다. 지금 다시 그 책을 읽는 다면 아마도 조금 다른 감정을 느낄 것 같다.
읽으면서 가장 많이 든 생각은 내 곁에 ‘이런 친구가 하나 있으면 좋겠다.’ 였다. 저런 삶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어떤 조건이 필요한지 잘 알기에, 그런 비현실적인 바람보다는 이렇게 건강하게 잘 사는 친구를 보며 에너지를 받으며 살면 좋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요즘 마음의 에너지가 바닥을 치고 있어서 더 그런 듯하다. (심지어 마지막에 보니 나와 동년배다. 어쩐지 유년시절 기억이 너무 비슷하더라니)
나도 얼마전에 후배들에게 ‘현실적인 커리어’에 대한 강의를 할 기회가 있었는데, 그런 이야기를 해줬다. 원래 커리어란 예측할 수 없고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이 기본값이라고. 그러니 너무 실망하지 말라고. 세상을 둘러보면 계획을 세워서 멋지게 커리어를 만들어가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많지만, 항상 생존자 편향임을 잊지 말라고. 찾아보면 뜻대로 되지 않은 사람이 훨씬 더 많다고. (나도 자랑을 하자면.. 한 참석자가 소름 돋게 좋은 강의였다는 반응을 전해줬다.)
이렇게 건강하고 멋진 삶을 일탈이라고 부르는 것은 정말로 진지하게 반어법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했지만, 대한민국의 너무나도 납작한 사회인식을 잘 알고 있으니 일탈이라는 표현에도 동의할 수밖에.
건강한 인생에 박수를 보낸다. 다만 안정적인 궤도에 오른자만이 일탈을 꿈꿀 수 있는 것이 세상의 이치이지 않을까? 세상의 많은 사람들은 누군가에게는 일탈로 여겨지는 저 작은 활동들을 돌려막기하며 안정적인 삶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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