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행사에서 음악 공연은 늘어나는데 음향은 여전히 제자리

J-Two 2013. 6. 16. 01:14

행사에 공연을 하러가면 늘 음향 때문에 아쉬운 경우가 많다. 음향을 보는 사람들 중에서 행사 음향이 아닌 공연의 음향, 특히 밴드 공연의 음향을 제대로 잡을 줄 아는 엔지니어를 만나기란 쉽지 않다. 많은 밴드들이 나오는 큰 공연이야 그래도 좀 나은 편인데 소규모 행사에서는 정말 어느정도 포기하고 들어가는 수 밖에 없다. 


(사실 큰 공연도 할 이야기는 많지만 아직은 뭐라할 연주 실력도 안 되므로)


요새는 여러가지 행사에서 분위기를 위해 음악 공연을 준비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요 몇년 사이 방송에서 예능이던 다큐던 통기타 중심의 어쿠스틱한 음악 공연을 아이템으로 쓰는게 많아지면서 각종 행사에서 이런 음악 공연이 눈에 띄게 많아졌다. 예전 같았으면 생각도 못했을 딱딱한 관공서 행사나 작은 모임에서도 이런 공연이 순서에 들어가 있는 경우가 꽤 있다.


문제는 이렇게 음악 공연이 작은 행사들 속으로 계속 들어오는데 비해 음향은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마이크 들고 말만 하는 행사야 출력 빵빵하고 하울링만 안나게 하면 되지만 공연 음향은 악기간의 밸런스는 물론 각 악기의 톤을 잡는 것도 신경써야 한다. 단순 행사보다 훨씬 섬세한 영역이다.


리허설을 하면서 대충 악기간의 밸런스나 톤을 맞출 수는 있지만 어디 공연이라는게 리허설에서 잡은 대로만 되던가. 게다가 리허설을 다 할 수 있는 여건도 안 되서 보통 한 곡 정도만 하게 되는데 곡 마다 밸런스가 조금씩 다르기 마련이다.


이런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각 악기들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음악을 들어가면서 순간순간 음향을 잡을 수 있어야 하는데 대부분의 경우 악기에 대한 이해도 부족할 뿐더러 그렇게 섬세하게 해주려고 하지도 않는다. (사실 그런걸 기대하기엔 임금이 적다.)


그래도 이건 외부 음향업체를 불러서 담당 엔지니어가 왔을 때의 상황이니까 그나마 양호한 경우다. 강당이나 일반 예식장 등등의 공간은 음향 장비 성능이 너무 형편없어서 공연이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


내가 음악을 하는 사람이라 더 까다롭게 이야기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가끔 어처구니 없는 음향 몇 번 경험하고 나면 우리처럼 그냥 직접 음향장비 다 들고 다니는게 속 편하다. 슈어 마이크, 맥키 믹서, 뉴트릭-카나레 케이블, 맥키나 야마하 앰프스피커 세트.. 무거워도 이렇게 다 들고 다닌다. 공연 망하는 것보다 그게 훨씬 낫다. 


요새는 경험을 살려 이런 소규모 공연 음향 전문 사업을 해볼까도 심각하게 고민 중이다. 30만원 대의 작은 예산이지만 공연 음향이 필요한 그런 경우들. 그런 곳도 다 멋진 공연 음향이 필요하니까. 무엇보다 우리가 그런 작은 무대에서 직접 공연을 하는 사람들이라 그래도 좀 잘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