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계속 머리 속에 맴도는 말이 있다. 얼마 전에 소설가 김영하씨가 청춘 페스티벌인가에 나와서 하신 말씀이다. 사회가 더이상 발전하지 않는
상황에서 낙관주의는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 그렇다. 이제는 열심히 산다고 잘 살 수 있는 시대가 아니다. 이렇게 세상이 망가져 가는 시대에는 낙관주의가 아니라 비관적 현실주의가 필요하다는 이야기 였는데 이 말이 가슴에 쑥 들어왔다. (사실 직접 들은게 아니라 요약된 글을 본거지만 그래도 공감하기에 충분했다.)
비관적 현실주의. 어른인 나는 그럭저럭 비관적 현실주의를 수용할 수 있을 것 같다. 88만원 세대로 살면서 늘 불안한 가운데 냉정하게 현실을 보는 것에 이제는 좀
익숙해졌다. 이 끝 없는 안개 속을 걷는 삶도, 그때 그때 어떻게든 해쳐나가야 한다는 것도 이제는 경험이 쌓여서 조금 덜 불안하다. 아니 둔해졌다가 맞는 말인 것 같다.
그런데 비관적 현실주의에서 성장해야 하는 요즘 십대들은 어쩌란 말인가. 오늘 유자에 다니는 친구와 이야기 하다가 마음이 아팠다.
공부를 해도 대학을 가도 별 수가 없다는 것을 알기에 왜 공부를 해야하나, 결국 어떻게 살아야 하나 하는 생각이 계속 들어 힘들다는데 할 말이 없었다. 해준다는 이야기가 고작 난 서른이 넘어도 그렇게 살고 있다는 거였다. 걱정해도 안 바뀐다고.
난 그래도 어렸을 적 낙관주의 속에서 꿈이라도 꿔봤지. 요즘 아이들에게 행복은 능동적으로 무언가 얻는 데서 오는 것이 아니라 무언가를 덜 잃는데서 오는 안도감 같은게 되어버리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슬프다.
덧, 물론 좋은 환경에서 자라나는 아이들에겐 해당없는 이야기 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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