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생활의 지혜

이케아 의자 LÅNGFJÄLL (롱피엘) 구입기 & 2년쯤 사용한 후기

J-Two 2019. 4. 16. 09:53

집에서 일하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좋은 의자'를 사기로 했다. 식탁용 나무 의자에 앉아서는 엉덩이와 허리가 아파서 도저히 수시간씩 계속해서 일을 할 수가 없었다. 좀 더 인체 공학적으로 만든 의자가 필요했다.

문제는 진심 인체공학 사무용 의자를 사자니 디자인이 너무 마음에 걸린다는 점이었다. 집이 작아서 따로 책상이 있는게 아니라 식사용 테이블에서 밥도 먹고 일도 하는데, 나름 골라서 산 원목 테이블 옆에 우락부락 플라스틱 덩어리인 사무용의자를 곁에 둔다고 생각하니 이미 스트레스였다.

혹시나 좀 다르게 생긴 의자는 없을까 하고 봤는데, 기능이 좋은 의자들은 하나 같이 다 공산품(?) 디자인이었다. 나는 좀 더 가구스러운 의자가 필요했다. 한편으로 가구스러운 의자는 딱봐도 오래 앉아 일하기엔 무리인 모양이었다. 물론 아주 높은 가격으로 올라가면 마음에 드는 의자가 있겠지만 (허먼 밀..) 그건 패스. 잠시 연대 도서관 의자도 고려했으나 디자인도 기능도 다 어중간해서 역시나 패스.

시디즈, 듀오백 이런 브랜드만 찾다가 문득 북유럽 피플이 만든 이케아가 생각이 나서 이케아를 찾아보기 시작했다. 참고로 덴마크 같은 나라들은 의자 디자인이 발달했는데, 사람이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물건이나 공간일 수록 정말 좋아야 한다는 실용주의 사고 때문이다.       

이케아 이런저런 의자 라인을 찾다가 눈에 띄는 의자를 발견했다. 바로 LÅNGFJÄLL (롱피엘). 심지어 설명 문구에는 나의 의도를 알고 있다는 듯 이렇게 써 있었다. (사실 그때는 문장이 좀 달랐는데 지금은 이렇게 바뀌었다.)

LÅNGFJÄLL/롱피엘은 작업을 할 때도 편안하게 이용할 수 있고, 다이닝룸에 놓아도 멋지게 잘 어울릴 거예요.

https://www.ikea.com/kr/ko/catalog/categories/series/36826/

인체공학적 허리 라인을 가졌으면서도 심플한 디자인과 천으로 이루어진 커버. 바로 이거다 싶어서 광명 이케아로 갔다. 넓은 이케아 매장을 한참 찾다보니 후반부 의자 코너 한쪽 구석에 있는 롱피엘을 발견하고 계속 이것저것 앉아보며 열심히 비교를 한 끝에 '높은 등받이 - 팔걸이 없음 - 바퀴 다리' 버전으로 구입했다.

요즘은 비슷한 디자인이 많아졌는데 그때만 해도 최선의 선택이었다. 가격대도 20만원이 좀 안되므로 다른 인체공학 의자들보다 저렴하기도 했다. 그리고 약 2년이 흘렀다.

그동안의 경험은 만족스럽다. 완벽하지는 않아도 상당히 편안한 착석감을 주고 있고 무엇보다 가구로서 역할을 잘 하고 있다. '저런 못생긴걸 집안에 놓았다니' 같은 후회는 없다. 나와 비슷한 고민을 했던 사람들에게는 추천한다.

좀 더 자세히 적자면,

  • 우선 등받이의 착석감은 매우 좋다. 딱 붙어서 앉으면 쿠션감도 적당하고 허리와 어깨를 잘 받쳐준다. 나는 어깨가 덜 굽은 편이라 이렇게 등판이 평평한 편이 좀 더 좋은거 같다. 다만 이를 잘 느끼려면 책상에 의자를 딱 붙여서 바른 자세로 앉아야 한다. 이건 다른 의자도 마찬가지긴 하다. 목받침이 없어서 좀 허전하지만 그 덕에 디자인이 심플하니 좋다.
  • 엉덩이 쿠션도 매우 괜찮다. 탄력있는 폼 소재로 적당히 힘있게 받쳐준다. 시디즈 T50과 비교하자면, 매쉬 소재 보다는 좀 더 탄력있고 쿠션 소재 보다는 좀 딱딱한 느낌으로 중간 느낌의 탄력이다. 나는 마른 편이라 쿠션에 민감한 편인데, 평소 사용할 때는 전혀 불편함이 없다. 다만 2-3시간 이상 오래 앉아있으면 좀 배긴다는 느낌은 있다. (건강을 위해서라도 중간에 일어나라!) =>(2019년 10월 추가. 쿠션이라는게 특성상 갈수록 탄력을 잃는다. 게다가 푹신한데 많이 앉아있다보니 요새는 좀 딱딱하다고 느낀다. 나이가 들어서인지 딱딱한데 오래 못 앉아있겠..ㅠㅠ)
  • 의자 아래 오른편에 높낮이 조절 레버가 있고 이걸로 뒤로 젖힘 여부까지 조절한다. 아주 심플하니 별거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다른 의자와 비교를 해보니 이 부분이 오히려 잘 만들었다는 생각이 든다. 레버의 동작과 모양이 군더더기 없고 편리하다. 이런 군더더기 없음이 진정 이케아의 실력이다. 의자 높이가 꽤 낮게까지 내려간다는 것도 장점이다.  
  • 아쉬운 점은 바퀴. 바퀴가 작은 편이라 생각보다 잘 안 굴러간다. 장판이라서 그런가? 원래 바퀴 의자는 타고다니는 맛이 있어야 하는데 밀어도 잘 안나가는 편이다. (이건 다른 바닥에서 확인이 필요=>확인 했는 데 안 굴러가는게 맞다;;)

전반적으로 만족스럽다. 성능과 디자인, 가격을 모두 고려했을 때 이야기다. 물론 이건 어디까지나 가격대비라고 해야할 거다. 기능성 의자 치고는 싼 가격이고 이케아라는 브랜드가 가성비가 좋은 브랜드이니. 다만 돈이 충분히 있다면 더 좋은 걸 사는 쪽으로.

이 글의 반전은 공산품 디자인이 싫어서 이케아 LÅNGFJÄLL (롱피엘)을 쓰다가 결국 2년 만에 시디즈 T80을 질렀다는 사실이다. 응? T50도 아니고 T80? 집에서 오-래 앉아서 일하다보니 아무래도 좀 더 기능에 충실한 의자가 하나 더 필요했기 때문이다. 원래는 허먼 밀러 에어론 사고 싶었지만 풀세트 가격이 200이라..흑. T80 이야기는 또 한참 써본 후에 쓰기로.  


2020년 3월 추가.

시디즈 T80을 쓰고 있는데 확실히 가격과 인체공학 디자인의 위력을 느끼는 중이다. 자세한건 나중에 쓰고 이케아 기준으로 의견을 추가하자면,

  • 의자의 품질은 가격을 따른다. 이케아는 그 가격대에 맞는 성능을 제공한다.
  • 오래 앉아서 일할 사람은 시디즈 같은 (돈 많으면 에어론) 사무용의자를 쓰는 게 더 좋다. 눈은 좀 괴로울지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