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레클: 전기자전거 공유 서비스 이용 후기

2019. 4. 18. 22:08일상/생활의 지혜

전기자전거는 몇해 전 제주도에 갔을 때 처음 타봤다. 처음 타보고는 너무 편하고 좋아서 한동안 푹 빠져있었다. 전기자전거를 대여해서 탈 수 있는 일레클이라는 서비스가 우리동네(마포)에서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해서 타 볼 기회를 찾고 있었다.

 

오늘 일이 있어서 공덕에 갔다가 합정으로 오려고 하는데 문득 '일레클로 전기자전거 타고 가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 찾아보니 공덕역 사거리에 자전거가 있었다.

 

요즘 이런 앱들의 등록 절차는 쉽고 비슷비슷하다. 앱을 깐 후 핸드폰 인증번호 받아서 가입을 하고, 카드를 등록하면 바로 탈 수 있다. (앱 왼쪽 위 메뉴표시를 누르면 중간에 '이용방법'이라는 메뉴가 뜬다. 여기 자세히 나온다.) 다만 나는 6자리 비밀번호 설정 단계에서 같은 번호 연속 세 개가 안되는 걸 모르고 비밀번호를 넣었다가 오류가 났었는데, 앱이 그냥 멈춰버리더라는. 큰 이슈는 아니지만 얼른 고쳤으면 한다.  

첫인상

디자인은 깔끔하다. 새빨간 색상 덕분에 저 멀리서도 눈에 띈다. 여러 자전거들 속에 있어도 일레클 자전거임을 쉽게 알 수 있다. 그런면에서 빨간색은 편리한 색이다. 하지만 막상 타는 사람 입장에서는 너무 눈에 띄는 색상이라 약간 거부감이 들었다. (색 이야기는 뒤에서 더 자세히 쓰겠다.) 

 

요금은 기본 5분 500원에 추가 1분마다 100원. 싸지는 않다. 지도로 공덕에서 합정까지 자전거 이동 예상시간을 찾아보니 22분 정도가 나왔다. 그럼 2,200원이지만 지금은 매일 무료 10분 쿠폰을 주므로 실제 1,200원만 내면된다. 버스비랑 비슷하므로 탈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뭐 아니었어도 타보려고 했지만)  

 

앱으로 뒷바퀴 쪽에 있는 QR 코드를 찍으면 잠금장치가 자동으로 '탁' 풀리고 바로 탈 수 있다. 움직이려고 보니 자전거가 묵직하다. 앞으로 밀어서 받침 다리를 접어야 하는데 생각보다 힘이 들었다. 

탑승!

핸들 왼쪽에는 전기모터 스위치, 오른쪽에는 7단 기어, 가운데에는 핸드폰 거치대(!!)가 달려있다. 안장을 조절하려고 보니 꽤 높이까지 올릴 수 있었다. 따릉이는 안장이 낮아서 불편하다는 이야길 종종 들었는데, 일레클은 높이 올렸더니 성인 남자(174)에게도 적당한 높이까지 올라왔다. 이 부분 무척 중요하다.  

 

자전거에 올라서 모터를 켜고(왼쪽 핸들에 있는 리모콘의 On/off) 페달을 밟기 시작했다. 전기 모터는 3단계로 되어있다. 1단으로 하면 평지에서 자연스럽게 보조해주는 느낌이다. 그냥 버튼을 누르면 앞으로 나가는 방식과 달리 이 인간과 기계가 한 몸이 되는(?) 느낌이 나는 참 좋다. 

 

3단까지 올리고 달려보고 싶어서 경로를 한강공원 자전거 도로를 타는 방향으로 잡았다. 가는 길에 큰 건널목에서 신호에 걸려 기다리는데, 분당 요금이 올라가는 상황이다 보니 신호가 왜이리 길게 느껴지는지. 도로를 따라 달리게 되면 신호 대기시간으로 들어가는 비용도 좀 되겠다 싶었다.

사고 발생!

한강 가는 길에 2단까지 올려봤는데 당연히 더 잘나갔다. 이때부터는 발을 굴리면 뒤에서 훅 밀어서 튀어나가는 느낌이다. 신난다 하면서 속력을 내고 있는 데 갑자기' 탁 다다다 닥' 소리가.. 헉! 핸드폰 거치대에 둔 내 아이폰이 떨어져 바닥을 구르는 소리였다! 순간 망했다 생각이 들었지만 다행히도 옆으로 떨어져서 모서리가 찍히고 액정은 괜찮았다. ㅠㅠ

 

마음을 진정시키고, 보아하니 진동 때문에 거치대가 풀려버린거였다. 만약에 액정 나갔으면 정말 업체에 손해배상 청구했을 거다. 일반 도로라는 게 매끄럽지 않은 곳이 많으니 당연히 계속 진동이 올 수 밖에 없는데, 거치대의 잡아주는 힘이 너무 약했다. 혹시나 잠그는 기능이 따로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자세한 안내가 없으면 나처럼 끼우고 달리는 사람이 많을 거다. 이건 빨리 보완했으면 한다. 다들 조심!      

전력 질주..?

길을 잘 못찾아서 계단을 넘는 수고를 한 끝에 한강 자전거 도로로 진입했다. (앞에 말했지만 이 자전거 무겁다..) 다시 생각해보니 요금이 분당이라 초조해지다보니 길을 더 찾지 않고 그냥 계단으로 끌고 올라갔던 거 같다. 겨우 몇백원 아끼려고 왜 그랬지 싶다가도 이게 일반적인 사람 심리 아닐까 싶다.

 

한강 자전거 도로에서는 3단으로 놓고 빠르게 달렸다. 마침 맞바람이 불었으나 전혀 힘들지 않고 달릴 수 있었다. 다만 예상치 못한 문제가 있었으니 기어비율이 낮아서 힘은 안들지언정 다리를 무지 빨리 굴러야 한다는 점이었다. (페달을 굴러야 모터가 작동하는데, 이미 빠르게 달리고 있는 상태에서는 그만큼 일정 속도 이상으로 페달을 굴러야 모터에 신호가 간다.) 잠깐이라면 모를까 계속 빠르게 달리는 용으로는 아니었다. 좀 아쉽기도 하지만 도심형 자전거는 적당한 속도 범위를 가지는 게 맞다고 본다. 3단 출력은 경사가 높은 지역을 오를 때 쓰는 걸로.   

주차와 정산

합정에 와서 주차할 곳을 찾았다. 이용방법에는 정해진 큰 길 아무곳이나 세워두면 된다고 하지만 막상 그냥 인도에 두자니 눈치도 보이고 찝찝하여 지하철역 출구 옆에 세워뒀다. 땅이 좀 기울어서인지 자전거가 생각보다 잘 안 세워지긴 했다.

 

내려서 잠금장치를 걸고 앱으로 종료를 하면 요금 정산이 된다. 이용시간 28분이 나왔고 결제 화면에서 쿠폰을 사용하여 1,000원 할인된 1,800원 결제를 했다. 중간에 신호에 걸리고 길에서 해매다보니 예상보다 더 걸렸다. 결국 대중교통보다 더 나오긴 했지만 타는 재미를 고려하면 괜찮은 비용이었다. 

 

대략 소감을 정리하면,

  • 전기자전거는 역시 편하고 좋다. 재미도 있다.
  • 근데 재미만으로 계속 타지는 않겠다. 쿠폰의 힘이 컸다.
  • 거리 당 비용, 편의성 등을 고려했을 때 언제 이용하면 좋을지는 좀 고민이다.
  • 핸드폰 거치대 X, 고속 주행 X, 안장 높이 O

 

소비자는 언제 이용해야 할까?

 

사실 잘 모르겠다. 이미 대중교통과 따릉이 같은 서비스가 잘 깔려 있는 상황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레클을 선택할 편리함을 제공하는가가 핵심이다. 문제는 소비자 입장에서 고민할 많다는 점이다

 

자전거(따릉이)는 다른 이동 수단에 비해 비용이 확실히 저렴하다. 일정 시간 소유하며 중간에 잠시 세워놓고 다른 일을 보는 등 사용도 자유롭다. 때문에 언제 이용하면 좋을지 선택하기가 쉽다. 반면 일레클은 이동은 더 편리하지만 시간에 따라 요금이 빠르게 올라가므로 자유롭게 이용하거나 조금 멀리 가기엔 부담이 있다. 종종 애매한 거리를 가야할 때 전기가전거가 효율적일 수 있지만, 이용할 있는 위치도 매번 다르며 주차도 제한이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잘 쓰려면 운도 따라야 한달까?

 

또 같은 조건이지만 좀 더 작고 가벼운 킥보드 공유 서비스와 비교하면 장점이 확실치 않다. 운영자 입장에서는 자전거가 내구성이 더 좋을테니 유지비용이 덜 드는 장점이 있겠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좀 더 익숙하고 안전한거? 

 

색상으로 이야길 옮기자면, 자전거 색상만 새빨간게 아니라 앱을 구성하는 핵심 컬러도 빨간색이다.  컬러는 서비스의 정체성에  영향을 주는데, 사실 이렇게 빨간색의 비중이 크면 눈에 잘 띄기는 하지만 세련된 느낌은 줄어든다. 전기자전거 역시 색상 때문에 세련된  것이라기 보다는 조금 장난감 같은 느낌이 든다.  역시 느낌이  아쉬웠다. 물론 사람마다 색에 대한 호불호는 다르겠지만. 

 

전반적으로  서비스를 만드는 사람들은 감성 보다 기능 중심 사고를 한다는 느낌을 받는다기능적인 색상 뿐만 아니라 요금 체계 역시도 다른 여지 없이  만큼  내는 정직한 장비 대여 요금제다. 자전거-앱-요금 등 서비스 전체를 보면, 새로운 경험을 제공한다기 보다는 수단으로서 편리함과 효율성을 제공하려는 느낌이다. 물론 좋은 비지니스 전략이자만 한편으론 이런 생각도 든다. 다른 사람이 이걸 타고 다닐  나도 타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까?

 

바라는 점

 

뭐가 정답인지는 나도 모른다. 다만 전기자전거의 팬으로서 나는 단거리 '이동'에만 집중하지 말고 어떤 경우나 지역에서 라이프 스타일로서 전기자전거를 타는 즐거움을 좀 더 알려주면 좋겠다. 기능면으로는 짐을 실을 수 있다는 게 킥보드와 비교해서 자전거가 가진 장점인데 이 부분도 더 살리면 어떨까 싶다. 가끔 짐을 들고 애매한 거리를 가야할 때 전기자전거를 쓸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지금 앞바구니만으로는 좀 작고 추가적인 공간이 있어야 할거다. 

 

마지막으로 요금제. 킥고잉의 후기들을 봐도 정액제 요금제에 대한 요구가 많다. 1시간에 5천원 정도로 대여하는 요금제가 있어도 괜찮지 않을까. 아니면 택시처럼 거리와 시간 합산해서 받으면 요금에 대한 부담이 좀 덜할 것 같다. 물론 서비스 운영자들이 이미 제일 고민 많이 했겠지만. 어쨌든 화이팅.


2019년 4월 21일 추가 : 오늘은 알라딘 중고서점에 책을 팔러 가는 길이었는데 마침 큰 길 나오자마자 딱 일레클이 보였다. 마침 책이라 무거웠는데 앞 바구니에 책 싣고 합정역 알라딘으로 쉽게 갈 수 있었다. 정말 이런 경우가 딱인가 싶다.  

 

2020년 5월 추가
이 글을 쓴지 1년 정도 지났는데, 그동안 일레클은 많은 업그레이드가 있었다. 정확히 기억은 안나지만 자전거 2세대 모델이 나왔고 앱도 완전 개편됐다. 자전거는 전에는 모터가 너무 강한 느낌이었는데 이젠 적당히 밀어주는 느낌이다. 2세대 자전거 타다가 1세대 타면 승차감 차이가 확 난다.

 

앱도 이쁘게 바뀌었다. 각 자전거의 고유번호와 배터리 잔량까지 확인 할 수 있다. 잠깐 멈춤 기능도 생겼다. 갈 수록 좋아지는 게 느껴진다.

 

전동킥보드와 비교했을 때 가장 좋은 점은 안정감이다. 역시 바퀴가 크고 앉아서 가니까 훨씬 안정감이 크다. 킥보드의 작은 바퀴로 인도를 달리면 덜덜덜 전해오는 진동 때문에 불편한데 일레클은 무척 편하다. 

 

일레클의 가장 큰 경쟁자는 역시 따릉이다. 따릉이의 가성비는 압도적이다. 1년 정기권을 제로페이로 할인해서 사면 정말 요긴하게 쓴다. 게다가 요새 따릉이도 일레클 처럼 QR코드로 빌리는 2세대 모델이 나와서 빌리고 반납하기도 훨씬 쉬워졌다. 서로 경쟁하면서 점점 더 좋은 서비스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