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D 조명 자전거 휠 제작기

2019. 4. 11. 11:23Maker 활동

시작

이야기의 시작은 2012 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시작은 제가 트위터에서 보았던 짦은 영상입니다. 

오!! 빛나는 휠을 달고 밤거리를 달리는 모습니 너무나 멋졌습니다. 사실 이전에도 자전거 휠에 불빛이 들어오게 하는 악세서리들은 있었습니다. 그런 악세서리가 마음에 들지 않았던 이유는 크게 두 가지 였는데, 하나는 모두 배터리를 사용하기 때문에 계속 배터리를 교체해줘야 했고, 무엇보다 밤에 볼 때는 그럴 듯 했지만 낮에 보면 전선이나 LED가 바퀴에 지저분하게 얽혀있는게 보기 싫었습니다. 그런데 이 AURA는 딱 제가 원하던 모습이었습니다. 

바로 반해버린 저는 똑같이 만들어봐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영상을 보니 대충 원리는 알겠더라고요.

  • 허브 다이나모(허브형 발전기)를 통해 전원 공급. 배터리를 쓰지 않으므로 번거롭지 않고 반영구적으로 사용 가능!
  • 슬립링(?)이라는 구조물을 통해 회전하는 바퀴 안으로 전기를 공급
  • 휠에 있는 구멍에 LED를 장착하고 배선은 휠 내부로 해서 깔끔하게 마무리

직접 만들어보자!

우선 허브 다이나모를 구하기 시작했습니다. 국내 정식 판매는 없고 이베이를 통해 사야했는데 7년전만 해도 직구 정보가 많지 않던 시절이라 좀 부담스러웠습니다. 더 찾다보니 강동쪽에 있는 자전거 샵에서 허브 다이나모를 판매한다는 걸 알고는 직접 가서 사왔습니다.  

그 다음 과제는 슬립링을 만드는 일이었습니다. 이거야 말로 기성품이라는 게 없어서 직접 재료를 사다 만들어야 했습니다. 처음엔 동그랗게 생긴 쿠키 캔 부터 각종 종이접시 등 주변 재료를 사다가 이렇게 저렇게 만들어봤는데 쉽지 않았습니다. 결국 자동차 LED 용품 샵에서 발견한 원형 PCB 기판에 직접 동판을 사다가 원형으로 잘라 붙여서 슬립링 1호를 만들었습니다.

그다음으로 필요한 LED의 갯수와 실제 밝기 등을 확인하기 위해서 프로토타입을 먼저 만들어 봤습니다. 작은 PCB 위에 LED를 사다가 붙여서 대강 전선으로 연결을 했습니다.

위의 바퀴는 뒷바퀴 입니다. (여러 조건상 앞바퀴에 허브 다이나모를 끼우고 뒷바퀴에 슬립링을 설치하는게 더 쉬웠습니다.) 뒷바퀴만 LED를 달고 밤에 한강가에 나가서 자전거를 타봤는데 제 생각보다 훨씬 괜찮았습니다. (지나가던 사람들이 저게 뭔가 하고 다 쳐다봤죠.) 몇 차례 실험을 통해 필요한 LED의 갯수와 구조를 확정한 다음 드디어 제대로 된 휠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우선 스포크(살대)를 좀 빼고 그 자리에 LED를 끼웠습니다. 스포크 몇개 빼도 큰 무리는 없습니다. 하나짜리와 두 개짜리를 다 만들어 보았는데 두 개짜리가 구조상 더 안전하고 출력값 맞추기도 쉬워서 두 개짜리로 확정.

이렇게 LED 장착과 전선 연결을 마친 뒤 허브 다이나모에 연결해 제대로 작동을 하는지 불량품은 없는지 확인을 합니다. 참고로 LED는 열에 민감해서 땜질을 잘못하면 안에 소자가 타버리곤 합니다. 지금은 이렇게 편하게 쓰지만 당시에는 계속 만들고 시험하고 고치고를 반복했습니다. 

허브 다이나모는 전기가 쭉 흘러나오는게 아니라 저렇게 한 칸 움직일 때 마다 전기가 잠깐씩 나옵니다. 바퀴가 빠르게 회전하면 마치 계속 전기가 나오는 것처럼 보이는 거죠. 제가 만든 자전거 영상을 보면 빛이 빠르게 깜빡이는 걸 느낄 수 있습니다.

저런 실험을 반복하며 결국 바퀴 두 개를 모두 완성했습니다. 참고로 앞뒤바퀴 슬립링 모양이 다른데, 허브 다이나모가 있는 앞바퀴는 허브 다이나모 때문에 슬립링 구조가 조금 더 복잡합니다. (실제로는 시행착오도 많았고 과정도 복잡했지만 간단하게 올립니다.)

그리고 저의 오랜 친구에게 장착해서 완성! 핵심은 역시 자연스러운 외관되겠습니다. 슬립링이 좀 튀기는 하지만 다른 곳은 전선이나 LED가 눈에 거슬리지 않고 자연스럽게 보입니다. 원래는 제일 위의 영상처럼 로드형 자전거에 하고 싶었지만 당시 다른 자전거가 없던 관계로.

전설의 94년식 코렉스!

아래 영상은 완성하고 나서 사무실이 있던 센터 주차장에서 시험해본 영상입니다. 자전거를 타고 있는 사람이 7년전의 저입니다. 젊었네요. 하하하..

자, 그러면 그 뒤에는 어떻게 되었는가?

우선 자전거를 완성하고 나서 몇번인가 한강에 나가서 자전거를 탔습니다. 당시에는 자전거 휠에 LED 악세서리 같은 걸 거의 달지 않던 때라 진짜 신기한 모습이긴 했습니다. 사람들이 다 쳐다보고 뒤따라오던 아저씨는 너무 크게 '이야 저게 뭐냐?' 라고 소리를 쳐서 민망하기도 했습니다. '마! 이게 진짜 핵인싸 자전거다! '의 느낌이었죠. 덕분에 점점 사람이 뜸한 늦은 밤에 타게 됐습니다. 요즘처럼 영상 촬영이 흔하던 때였으면 여기저기서 찍혔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완성했을 때가 10월 중순쯤이었는데 점점 밤에 자전거 타기가 추워져서 많이 타지는 못했습니다.

처음엔 제대로 개발해서 멋진 제품을 만들어 시장에서 팔 수 있지 않을까 싶었는데 (물론 원작자와 협의 하고), 막상 만들어보니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일단 당시 상황에서는 재료 구입부터 해서 부품 제작을 하기가 매우 힘들었습니다. 또 어떻게 파트들을 만든다고 해도 일반인들이 장착을 하기에는 너무 어려웠습니다. 이 LED 휠이 시장성을 가지려면 처음부터 허브 다이나모와 LED와 배선이 모두 깔끔하게 일체형으로 구성되어있는 완제품으로 나와야 가능하겠다는 게 제 결론이었습니다. 그럴려면 큰 자본과 연구개발 시간이 필요한데 저에게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이야기 였습니다. 결국 자전거 휠 만들기는 좀 미뤄두기로 하고 다른 일로 바빠지면서 시간이 이렇게 흘러버렸습니다. (위 영상을 만든 팀도 몇번 더 업데이트가 올라오더니 소식이 끊겼습니다. 저랑 비슷한 결론이지 않았을까 합니다.)

저 자전거는 지금도 건물 1층 자전거 주차장에 그대로 있는데 그 사이 관리를 안해주고 비도 몇번 맞아서 시스템은 거의 다 망가져버리기는 했습니다. 지난 6-7년 사이에 여러모로 기술이 많이 좋아져서 지금 다시 만든다면 좀 더 잘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