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우상을 잃다.

2014. 10. 27. 23:05일상

마왕이 세상을 떠났다. 너무나 허망하게. 아까 까지는 슬픔과 분노와 허무감이 교차하는 복잡한 감정에 어찌할 줄을 모르다가 이제서야 조금씩 안정을 찾고 있다.


나 역시 10대시절 그를 보며 락스타를 꿈꾸던 수많은 신해철 키드 중에 한 명이었다. 아니 내 성장기 곳곳에 그의 노래가 있다. 그의 노래로 친구들과 노래방에서 불타올랐으며, 아직 인생이랄 것도 없던 풋내기 주제에 이 세상의 희노애락을 느꼈고, 아버지를 조금 더 이해하려 했으며, 열정을 지킨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생각했고, 짝사랑의 편지에 먼 훗 날 언젠가를 적었다. 


많은 사람들이 그에 관한 추억과 기억을 올리고 있다. 멋지게 살다 갔다고 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그렇게 아련하고 멋진 추억으로만 그를 보낼 수가 없을 것 같다. 그의 죽음이 억울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오늘밤은 쉽게 잠들 수 없을 것 같다.





의료사고라는 견해에 대해 내 생각을 적자면,


나는 그가 갑자기 건강이 악화되었을 리가 없다고 생각하고, 그가 받은 장 수술의 의료사고로 인해 그가 숨졌다고 강하게 의심한다. 1차 장 수술이 생명을 좌우하는 수술이 아니었음에도 수술이 제대로 되지 않아 감염에 의한 염증이 생기고, 그것이 결국 악화되 심장마비까지 이르렀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그동안 방송 등을 통해 여러 의료사고 이야기를 들어왔었지만 그냥 무관심하게 지나칠 뿐이었다. 수술이란게 언제나 성공을 장담할 수는 없다는 건 당연하다. 그러나 의료사고라는 건 다르다. 이번 사건이 정말로 수술 부위의 감염에 의한 염증이 원인이라면 이건 명백히 의료사고다. (자세히 적진 않겠다. 아직까지 사실을 확인할 길이 없어 추측만 할 뿐이다.)


난 특정 병원이나 의사를 탓 할 생각은 없다. 의료사고는 환자가 돈을 버는 수단이 되어버린 세상에서는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니까. 지금까지 계속 그래왔고 난 무관심했을 뿐이다. 이렇게 내가 아끼던 사람이 희생이 되고 나니 자책감과 분노가 밀려온다.


정말 각종 부실에 둘러쌓여 언제 어디서 어떻게 억울하게 죽을지 모르는 사회라니.


그래도 일단은 마음을 잡고 그를 위해 슬퍼해야겠다. 분노는 마음 속에 담아두고 잊지 않겠다.


나의 우상이어서 감사했습니다. 마왕.